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민물장어의 꿈 - 신해철

끄트머리 사무실 2014. 10. 28. 09:27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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민물장어의 꿈 - 신해철



좁고 좁은 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

나를 깍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지는 것뿐


이제 버릴 것조차 거의 남은 게 없는데

문득 거울을 보니 자존심 하나가 남았네


두고 온 고향 보고픈 얼굴 따뜻한 저녁과 웃음소리

고개를 흔들어 지워버리며 소리를 듣네

나를 부르는 쉬지 말고 가라 하는


저 강물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

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


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때까지

흐느껴 울고 웃다가

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


익숙해 가는 거친 잠자리도

또 다른 안식을 빚어 그 마저 두려울 뿐인데

부끄러운 게으름 자잘한 욕심들아

얼마나 나이를 먹어야 마음의 안식을 얻을까


하루 또 하루 무거워지는 고독의 무게를 참는 것은

그보다 힘든 그 보다 슬픈

의미도 없이 잊혀지긴 싫은 두려움 때문이지만


저 강들이 모여 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

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

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

흐느껴 울고 웃으며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없이


아무도 내게 말해 주지 않는

정말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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